벌여 놓은 일들이 많아 몸은 바쁜데 그중 뭐 하나 내 뜻대로 흘러가질 않으니 한가하고 태평했던 과거의 기억들로 희귀하게 된다. 새로운 만남들은 언제나 반갑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반복해서 설명해줘야 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도 함께 쌓인다. 처음엔 그런 과정들을 통해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몇년 전에서 정체 되어 있는 내 사유와 고민의 수준에 민망함을 느낄 뿐이다. 나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하고 존재 자체로 압도하는 그런 불편한 만남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이젠 배움이고 뭐고 그냥 편한 사람들이 더 좋다. 쓸데없이 항상 진지해 보이는 내 속의 장난꾸러기를 끄집어내 보일 수 있는 그런 상스럽고 교양 떨어지는 만남도 가끔은 필요하다.
시선
공공장소에서 마주치는 어린아이들은 종종 나로 하여금 경외를 느끼게 한다. 천진한 어린 아이에겐 생면부지한 사람의 눈을 한참동안 직시할 수 있는 슈퍼파워가 있다. Continue reading “시선”
뒤늦은 라라랜드 후기
– 먼저,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해준 데미안 샤젤에게 박수를. 영화 혹은 소설, 어떤 이야기속에 너무나 깊이 몰입하면 – 마치 온몸을 사용해서 보고 들은 것처럼 – 실재로 몸이 물리적 피로를 느낄 때가 있다. (가장 최근 이런 경험을 했던 게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나서였는데 그땐 말그대로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축 늘어지는 것 같았다.) 더구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엄청난 기대와 hype를 가지고 작품을 대했으니 이런 경험은 더욱 흔치 않다. Continue reading “뒤늦은 라라랜드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