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져줘서 고마워

힙한 거리의 아침을 활보하는 즐거움이있다. 가까운 듯 하지만 이상하게 거리가 느껴졌던 친구의 아침 기상 후 추리한 모습을 보게 된 느낌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놀이터마저 힙한 이 거리를 아주 천천히 걸으며 내 속의 ‘느낌’들을 꽉 붙들어 언어로 옮겨 오기위해 계속 애를 썼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순간 혼자라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힙함’이란 것의 본질은 뭘까. 베를린을 힙함의 예시로 상정한다면 그건 ‘신경쓰지 않은 것 같은데 멋이 나는’ 그런 자연스러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테다. 평화와 자유의 상징인 이 도시의 역사적 배경과 빛바랜 색감, 잿빛 날씨, 넓직한 거리에서 오는 정신의 여유로움까지, 무심한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모든 걸 누군가 계산하고 도시공학적으로 설계했을 리 없다. 그런데 모든 게 합력하여 이런 멋을 낸다. 사람도 그러하다. 내 노력을 기울여 최적화시킨 삶의 세련된 일부를 나로 착각할 때가 있지만 사실 지금의 나는 겨우겨우 어찌어찌 살아낸 일관성 없는 삶의 종합이다. 어떻게 완성되어가야할까. 후진게 매력이라고 늘 말해온 베를린이란 도시처럼, 내 삶에도 끝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들을 통해 낡은 곳은 허물어지고 보수되며 전혀 몰랐던 구석이 재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니 방문객을 늘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볼 일이다.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될 만큼 마음이 넓진 못하지만 나를 통해 삶을 잠깐 돌아볼 생각거리를 얻어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

무모하게 이 땅을 찾아왔던 5년전의 나를 따라 걸으며 정리되지 않았던 내 일부와 화해한 시간. 집값이 많이 올랐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됐다지만 여전히 후져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부디🙏🏻 #후짐의미학

Comments are closed.

Blog at WordPress.com.

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