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는 법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던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분명히 할 수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서평은 일차적으론 책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에 도달하고 삶을 바꿔나가게 해주는 통로, 그리고 더 나아가 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논지를 가지고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지 잠재적독자를 (필요하다면) 설득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즉 누군가의 소중한 인생이 낭비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아주 숭고한 일이다..!)

제목이 주는 건조할 정도로 실용적인 느낌과는 달리 이 책은 서평의 방법론을 열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독서내공이 느껴지는 저자의 독서 에세이에 가깝다. 독서에 관해 진지한 태도를 견지한 사람이라면 많은 공감을 할 내용들이다. 저자가 인용하는 서평집들과 이런 저런 작가들의 책들을 찾아보는 재미는 덤.

특히 책들이 출간 이후에도 독자의 해석과 함께 계속 재구성되어간다는 부분에선 조금 뭉클해졌다. (여러가지 예시가 있겠지만 아마 대표적인 예는 호밀밭의 파수꾼과 홀든 콜필드일 것이다) 서평을 통해 개인적인 차원의 독서를 넘어 내가 사랑한 책의 ‘세계’속 일부가 된다는 개념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다. (물론 숫자로 따지면 안좋은 책이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좋은 책은 놓치기 싫다는 강박적인 상태로 제법 긴 시간을 보내고 내게 남은 건 계속 쌓여만 가는 책들이요, 책에 쫓겨사는 듯한 마음의 부담감이었다. 좋은 서평을 쓰는 법에 대해 생각하며 생긴 의문 – ‘모든 책을 정독할 필요는 없다’는 책 guru들의 말이 의도치 않게 더 많은 책 소비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가벼운 책 읽기를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난 한 책을 만나 누릴 수 있는 최대한에 다다르려고 해본 적이 있었던가? 책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사골을 우려내는 것과 같은 정독은 어쩌면 독서가에게 어떤 ‘용기’를 요구하고 있는 길 일지도. 하물며 서평을 쓰는 일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덮고나서 난 제대로 된 서평을 써보고 싶어졌다.

Comments are closed.

Blog at WordPress.com.

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