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마주치는 어린아이들은 종종 나로 하여금 경외를 느끼게 한다. 천진한 어린 아이에겐 생면부지한 사람의 눈을 한참동안 직시할 수 있는 슈퍼파워가 있다. 난 대체적으로 보고도 새침하게 모른척하다가 이따끔 그 눈싸움에 응해줄 때가 있는데 이 싸움의 승자였던 적은 거의 없다. 오랜기간 거절감과 두려움을 배우고 타인은 지옥이라고 학습한 어른은 순전한 호기심으로 무장한 시선 앞에서 마치 벌거벗은 듯 당혹감을 먼저 느낀다. 남의 눈에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많이 의식하는 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걸 훈련으로 익혔다. 지금도 의식하지 않으면 벽이나 바닥 및 각종 인테리어 제품들과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건 대화상대와의 친밀도와 큰 상관관계가 없단 것도 알게 됐다.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날 감싸주는 듯한 따쓰한 눈빛이 있는가 하면 오래 봤음에도 그때마다 내가 면밀히 읽히고 있다는 느낌을 줘서 슬쩍 피하게 되는 관찰자의 눈동자도 있다
시선
